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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식들의 모음

백제의 미소.......

"백제의 미소"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을겁니다.
역사책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서산 마애삼존불을 말하는 것이죠. 마애불(磨崖佛)이란 돌벽에다가 불상을 조각 해 놓은 것으로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데 그 모습이 시대에 따라 엄밀히 말하면 조각가의 모습에 따라 다르고 또 바위의 크기, 조각의 수법에 따라 여러 형태로 우리앞 에 모습을 보이고 있답니다. 특히 지난 2000년 당시 아프카니스탄의 집권세력이었던 탈레반정권에 의해 파괴된 바미안 석불은 세계 최대의 마애불로 유명한 것이었는데 이젠 볼 수 었게 되었구요.

하여간 서산 마애삼존불은 우리나라 마애불 역사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더군요. 이러한 마애불이 백제시대 바닷가를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불교가 번창하게된 남북국 시대 신라에 이르러 민간 기복신앙의 하나인 미륵불의 형태로 곳곳에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하구요. 특히 신라 말 고려 때에는 점점 거대한 모습의 마애불들이 곳곳에 나타나게 되는데 지방 호족세력의 성장과 맞물려 파주 용미리 마애석불과 같이 17.7M나 되는 것도 나타나게 되었답니다.

각설하고 서산 마애삼존불은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용현계곡의 건너편 그리 높지 않은 산등성이에 자리잡고 있어 누구라도 쉽게 올라가 그 미소를 느낄 수 있답니다. 가운데 2.8미터 높이의 여래상과 좌우에 1.7미터 높이로 보살상이 있는데 우측의 보살이 다리를 포개 앉은 모습이어서 협시 보살 형태가 아닌 각각 독립적이 부처님을 한 곳에 모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리고 거의 10여년전 어떤 책에서 좌측의 보살이 전생의 부처인 제갈라불이고 중앙이 현재의 부처인 석가모니불, 우측이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을 뜻하는 것이라고 본 적이 있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사람의 마음이 아무래도 현존하는 것보다는 미래에 다가올 어떤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신라말부터는 석가여래보다는 다시 올 부처인 미륵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곳곳에 미륵불이 많이 나타나게 되죠.. 자칭 미륵이라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우리가 국보나 보물로 자주 접하는 미륵반가사유상이라는 것들도 서산 마애삼존불의 우측보살상과 같은 모습이라는 것에서 더더욱 그렇구요.

하여간 가까이 다가가 바라 본 서산마애삼존불의 모습은 바로 우리 조상들의 모습 그대로 소박한 둥근 얼굴의 모습, 그리고 좀 촌스럽게까지 보이지만 "너의 어떠한 소원이라도 다 들어주마"라고 약속하는 듯한 은근한 미소..... 아마 이 삼존불에서 그 당시 백제 사람들의 모습을 유추해 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왜냐하면 석가모니는 엄연한 인도쪽 사람이라서 우리들의 모습과는 많이 틀렸을텐데 이 불상은 출신만 그쪽이지 모습은 완연한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구요... 왜 초기 야소교가 이땅에 들어왔을 때 그려진 예수의 모습은 거의가 조선 사람의 얼굴이었던 것 처럼.

그리고 지금은 집을 만들어 인공적인 조명으로 인해 마애불 얼굴위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모습이 일정하여 "백제의 미소" 또한 항상 같은 미소를 띄고 있지만 석굴집이 없었던 예전에는 시시각각 석불의 얼굴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모습에 따라 변화무쌍한 "백제의 미소"로 각기 다른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기쁨까지도 같이 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하여튼 서산마애삼존불이 있는 용현계곡을 가려면 서산시 운산면에서 고풍저수지 뚝방길을 건너 저수지를 끼고 들어가야하는데 이 용현계곡 초입에 이르면 돌무더기 위에 세워진 고려시대 만들어 졌다는 돌미륵을 만나게 됩니다. 꼭 예전에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세워진 돌무더기를 연상케 하는데 그 위의 돌미륵은 장승의 모습으로 보이더군요. 1972년 고풍저수지가 생기면서 수몰지역에 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이라는데 뭐랄까......가슴까지 오른 손을 올리고 머리에 관을 쓴 모습. 물론 미래의 부처인 미륵에 대한 갈망을 나타낸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관을 쓰고 세상에 나가 자신을 드러내려는 일반 서민들의 열망이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가끔 글을 올리지만 문화적, 학술적 가치 등은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참고 바라구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또 문외한이니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